나희석 「푸른 밤」
03.02
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
미친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
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
까마득한 밤 길을
혼자 걸어 갈때에도
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
네 머리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
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
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였을 것이다
사랑에서 치욕으로
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,
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
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
수만 갈래의 길어었을 따름이다
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
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
나의 생애는
모든 지름길을 돌아서
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다
/ 나희석, 푸른 밤
'함께 장마를' 카테고리의 다른 글
최진영 「구의 증명」 (0) | 2021.03.02 |
---|---|
고정희 「상한 영혼을 위하여」 (0) | 2021.03.02 |
오정세「2020 백상예술대상 소감」 (0) | 2021.01.27 |
존 라빈스 「음식혁명」 (0) | 2021.01.27 |
유시민 「항소이유서」 (0) | 2021.01.27 |